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유학 생활 중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정신건강이다.
유학 생활을 하면 나를 지켜줄 물적/심적 자원이 한국에서 보다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혼자 헤쳐나가야 하고, 가족의 도움도 잘 받지 못하고, 타인과의 소통의 양도 확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고, 위축되고, 고립된다.
게다가 대학원생의 경우 연구를 하는 게 원체 긍정적인 피드백보다는 부정적인 피드백만 받게 되니 더 힘들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생각이 왜곡되기 시작하고, 우울함/화남 등의 감정도 더 많이 들고, 몸에서도 반응이 온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기의 마음이 병든지도 모른 체 살아가다가 어떤 촉발 요인이 생기면 소위 말해 푹 쓰러져 버리는 그런 순간이 올 수 있다.
여기까지 그냥 내 얘기를 객관적으로 풀어본 것이다.ㅎㅎ
아무튼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 대학원생으로 있을 때 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하게 되었다.
1. 대학교 내 심리상담 센터
대학교마다 student counseling center가 있다. 여기에 전담으로 계시는 상담 선생님이 무료로 상담을 해준다. 상담 심리, 사회복지, 가족학 등을 전공하고 자격증이 있는 석/박사급 선생님들이시다.
처음 상담 센터를 방문하면 예약 방문 후 심리검사 등을 받고, 상담 선생님을 배정받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간 날 바로 선생님을 만나서 1차 상담을 받는다.
1주일 후에는 바로 정기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나는 한국인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 다녀서 한국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상담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상담사 자격을 얻으신 후 미국 대학에서 상담을 하고 계시는 한국 선생님이셨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하신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 뭔가 공감대가 좀 더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내가 다니던 학교의 경우 개인 상담은 약 3달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집단 상담 등만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무료로 받는 상담 종료 후 추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지를 문의하니 만약 자살사고 등의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는 경우면 추가 서비스가 제공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지역 내에 있는 다른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정책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면서 지역에 있는 상담사 선생님들 몇 분을 소개해 주셨다.
이런 개인 상담 정책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각자 학교에 문의하면 좋을 것 같다.
2. 개인 클리닉 상담
그래서 받게 된 개인 클리닉에서의 상담. Asian American인 상담 선생님으로 소개해달라고 하니 성이 Mok이신 상담사 분을 소개해주셨다. 2세셔서 한국말을 잘하는 선생님은 아니라서 영어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은 상담사 자격이 있으면 개인이 따로 클리닉을 운영할 수 있다. 상담사 자격을 받을 수 있는 학과는 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가족학 등이 있는데, 어떤 상담사 분은 필요하면 약물 처방 조언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상담사가 청구하는 상담 비용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보통 1회(50분 상담)에 $100-200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한 번에 200달러라는 큰 액수에 입이 떡 벌어질 수도 있지만, 다행히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대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의료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반드시 알아보자. 그리고 보통 클리닉에서 먼저 보험 가입 여부를 물어보고 적용을 한 후 상담을 시작한다.
내가 상담받은 선생님이 1회 상담에 청구한 비용은 $150이었다.
대학 보험을 통해서, 첫회에 든 $150은 내가 모두 지불하고, 그 이후부터는 1회에 150달러의 20%인 $30만 내가 내고 나머지는 보험회사에서 $120을 내주는 식이었다.
두 달 정도, 총 8회 정도를 상담받아서 $150 + 240 = $390 정도를 지불했었다.
현재는 대학원 졸업 후 직장에 취직을 했고, 직장에서 지원해주는 의료 보험을 이용하는 경우 추가 지불 금액이 더 적은 편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개인 클리닉에서 받은 상담의 만족도가 가장 떨어졌다. 아무래도 영어로 상담해야 하다 보니 나의 감정 전달도 잘 안되고, 내 이야기의 맥락도 잘 이해를 못 해주시고 너무 도식적(?)으로 이해를 하셔서 좀 나한테도 덜 와닿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3. 대학교 내 정신건강센터 (mental health center)
대학교 내의 보건소에서 운영되는 곳으로, 정신과 의사들이 근무하면서 필요하면 약 처방도 해주는 기관이다. 대학교 안에 있으니 당연히 보험 적용을 바로 받을 수 있고 나는 첫 상담만 받았었는데 돈을 전혀 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곳의 치명적인 단점은 상담을 받으려면 적어도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인력은 한정되고 수요는 많다 보니 예약이 계속 밀리는 것이다.
나는 전화를 통해 예약을 한 시점에서 약 40일 후에 첫 상담을 받았는데, 막상 상담받을 날이 되니 그냥 무슨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뭔가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의욕이 이미 꺾인 상태였다. 그래도 가서 이런저런 말을 하니 그냥 선생님은 "아 힘들겠네요" 이러고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뭐 나도 이게 뭐지 싶어서 더 이상 가지는 않았다.
대학교 내 정신건강센터가 유용하려면 원래부터 자신의 증상을 잘 알고 원래 복용해오던 약이 있고, 자기를 잘 아는 다른 지역의 의사의 의견을 자기가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저렴하게 약물 처방을 받고 간단한 상담도 추가로 받기에 좋은 곳 일 것 같다. 왜냐하면 의사에게 나는 A라는 진단 명을 받은 적이 있으며 B라는 약물을 사용한 치료도 받았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훨씬 간단한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한국인인 나는 주치의도 없고, 전담 상담사도 없고, 한국에서 약물 처방을 받은 적도 없었기에 그러니 여기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다.
4. 개별 정신과 병원 (Psychiatry)
학교에 있는 정신과 뿐만 아니라 미국 지역의 정신과 병원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의료 보험 적용도 청구할 수 있다. 이 말은 학생인 경우 꼭 속해있는 학교의 정신과만 이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곳도 첫 예약을 잡기 까지 적어도 2-3주 정도는 걸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정신과 진료 비용도 대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기본 의료 보험을 이용할 수는 있는데, 각 진료기관마다 받아주는 보험의 종류가 다 다르다.
나는 Unitedhealthcare라는 의료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이 보험을 받아주는 정신과 병원을 찾아보다가
community psychiatry라는 곳으로 예약했다. (그냥 구글에 Psychiatry라고 검색해서 찾았다.)
이전에 학교에서 받은 정신과 상담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그다지 상담 자체의 효과는 없었다. 언어적인 차이 문제도 있고, 상담 시간도 너무 짧고... 뭐 그렇다.
하지만 문제가 급박하고 심각해서 약물 치료를 원한다면, 약물에 대한 처방은 효과적이고 빠르게 해 준다.
약물 처방 비용은 보험을 적용하면, 한 달 분에 10-30달러 정도이다. 그다지 많이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그렇지만 상담 비용의 경우는 좀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보험 적용 후, 첫 진료 비용 + 1회 상담 비용으로, 청구서에 적힌 금액은 대략 $170이었다. 첫 상담 비용은 보험에서 지원해주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이후 상담 비용이 더 많이 나온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테라피스트에게 상담을 받아도 첫 상담 비용은 많이 내어야 한다. (보험 적용 전 첫 진료 청구액은 $560이었다...-.-;)
나의 경우 2회 정도 추가 상담을 받았다. 보험 적용 후 1회당 $55를 상담료로 지불했다. 솔직히 상담적인 의미는 거의 없고 그냥 약에 대한 체크만 하는 데 돈은 저렇게 받아가니 좀 비싸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보통 약 처방은 한 번에 한 달 치 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한 달 치와 한 달 보다 적은 기간의 약 값의 차이가 나지 않는 다고 한다.) 한 달 후 진료를 받지 않고 다음 달 약만 리필 받아도 된다.
예를 들면 나는 상담과 서비스 이용이 별로 필요 없다고 느껴 전화로 상담 진료를 취소한 후 약을 먹는 것은 취소하지 않고 있었더니 자동으로 약을 리필해주었고 상담 없이 서비스료 $30, 약값 한 달치 $15을 청구했다. 그 이후에도 3달 정도 약을 더 처방받았는데 그냥 CVS라는 약국을 통해서 문자메시지로 편하게 리필할 수 있었고 별도의 서비스료 없이 한 달에 $15씩 냈다.
그렇게 대학원을 졸업한 후 직장에 취직했다. 이제는 직장에서 지원해주는 의료보험을 통해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의료 보험도 종류가 다양한데 나는 kaiser permanante라는, 직접 병원을 찾아 컨텍후 보험 적용을 청구할 필요 없이 알아서 보험 처리를 해주는 병원 네트워크를 이용하게 되었다.
직장에 취직한 후에는 주로 (대학원에서 겪었던 큰 스트레스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추측되는) 이유가 불명확한 가슴 통증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다시 받게 되었는데, 이때는 상담 추가 비용은 전혀 내지 않았고, 약 값은 한 달 치 $10 내외를 냈다. (물론 어떤 의료 보험 옵션을 택하고 있는 지에 따라 추가 결제 비용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요약: 정신과 진료는 약물 처방을 받기 좋으나 상담 치료적인 의미는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의료 보험 적용을 받아 진료 및 상담을 받으면 추가로 내어야 하는 비용은 $0~200 (첫 진료), $0~100 (다음 진료 부터)가 나오고 약 값은 한 달치 $10~30 이 나온다.
5. 온라인 상담 서비스 (Betterhelp, 마인드 카페 등 - 추가 업데이트 함)
온라인 상담 플랫폼을 통해서 화상이나 전화 혹은 채팅 방식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실 현재 나는 미국의 온라인 상담 플랫폼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늘 정신건강 서비스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상담 심리학은 아니지만 발달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결국 취업도 미국의 온라인 상담 플랫폼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 것이다 ^^; (직접적인 상담을 하는 일로 취직을 한 건 아니다.)
아무튼 그래서 온라인 정신건강 서비스의 현업 재직자가 된 기념으로 온라인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덧붙이고자 한다.
<미국 온라인 심리상담 서비스>
미국의 온라인 상담 서비스 회사는 Betterhelp, talkspace 등이 있다. 회사를 통해 이러한 서비스를 할인 받아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많고, 심리 상담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의료 보험이 없거나, 익명성이 보장되고 편리한 온라인 상담을 선호하는 경우에도 사용을 하기 좋다.
이 중 Betterhelp는 넷플리스와 같은 구독형 서비스이며, 3만명 가량의 자격증을 보유한 심리 상담사 선생님들이 소속되어있다. 가입을 할 때 필요한 서비스와 상담을 받고 싶은 주제를 입력하면 적절한 상담사님들을 소개해준다. 다양한 주제로 전문성을 가지고 계시는 수많은 상담사 선생님들이 계신다. 예를 들면 커플상담, 종교, lgbtq 문제 등 쉽게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상담선생님과도 매칭을 잘 해준다. 그리고 상담선생님 변경이 쉬워서 (환불 등을 하지 않아도 됌) 처음 매칭된 상담자와의 합이 잘 맞지 않더라도 아주 편리하게 다른 선생님과의 상담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과 맞는 상담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한국어가 가능한 상담 선생님이 많이 계시지는 않아 한국어 상담이 100% 보장되지는 않는게 한국인 입장에서는 단점이다. 그래도 나는 한국 선생님들과 매칭을 받아 한국어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온라인 심리상담 서비스>
이 글을 처음 올린 시점이 2021년 1월인데, 2021년 10월 경에 박사과정 졸업 후 감정과 생각 정리를 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 심리 상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한국의 상담 어플인 마인드 카페를 이용해 보았다.
마인드 카페는 심리 상담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신 분들께 익명으로 음성 및 텍스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어플을 통해 심리상담과 코칭을 각각 4회씩 받았고 만족스러웠다. 비용은 1회당 5-6만 원 정도(장기 상담 할인으로 결국 1회당 3만 원 정도)를 내었다. 구독형인 betterhelp와는 다르게 상담 선생님을 직접 지정한 후 1회기, 4회기, 8회기 권 등을 골라서 결제한 후 상담을 받는 방식이었다.
나는 나에게 맞는 상담사를 찾고 적극적으로 자기 성찰과 내 정신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한국/미국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떠나 상담사/의사 분들이 어디에 계시건 화상/전화를 통해 상담이 가능할 수 있으므로, 어느 장소에서든 적절한 서비스를 찾아서 받을 수 있다.
나도 괜찮은 상담 선생님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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