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29!
우리 동네에서 세인트 루이스 까지는 차로 3시간이 걸린다. 오후 8시 공연이라서 2시반 쯤에 일찌감치 출발!
Pappy's 라는 등갈비 맛집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구,
공연장인 Powell Hall 은 워싱턴 대학교랑 가까운 곳에 있었고 세인트루이스 다운타운이랑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도시의 분위기는 밤이 되니 약간 무서웠다. 크지 않은 도시라서 공연장 건물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았고, 주변 거리 등도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았다.
건물 바로 옆에 주차장이 있는데, 공연이 열리거나 하면 10달러를 받는 것 같았다.
주차 기계나 안전바등은 없거나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았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니 어떤 덩치 크신 분 한 분이 오더니 현금으로 10달러를 받아감...
미국 중부 도시 쪽 가면 인프라가 뭔가 다 이렇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기다리지 않고 공연장 바로 앞에다가 주차할 수 있었다.
공연장 안은 마치 1990년대로 타임워프한 곳의 느낌이었다...
공연장의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직원이나 관객들의 옷차림이 약간 90년대에서 튀어나온 듯, 마치 다들 미드 프렌즈에서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촌스럽다거나 한 건 아니고 더 정겹고 좋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뭐든 다 앱으로 해결하는데 티켓도 종이봉투에 고이 담은 두꺼운 종이 티켓을 주었고, 뭔가 친근한 느낌의 디자인과 내용이 담긴 종이 팜플렛도 챙겨준다. 더 안으로 들어가자,
공연 시작은 8시인데 7시 10분 경에 도착하니, 7시 부터 7시 30분 까지 지휘자인 Nicholas Mcgegan 이 연주할 곡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강의가 있다고 한다.
뭔가 소근 소근, 모던하고 힙하진 않지만 우아하고 고상하게, 느리지만 편안하게 흐르고 있는 공연장의 공기가 느껴졌다.
앞으로 펼쳐진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합쳐져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공연장 안으로 가보니 1층인 오케스트라 석은 A열 부터 Z -> AA-> BB -> DD 까지 있으니 총 30줄이었다. 그 중 나는 24번째 줄인 X열 오른편에서 공연을 봄!
조성진의 데뷰 무대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세인트루이스 오케스트라 공연이 인기가 많은 건지는 몰라도, 공연 시작 쯤이 되니 사람들도 정말 가득 찼고 공연 시작 전에 둘러보니 완전 만석이었다.
공연장의 크기는 일반적인 정도로 (1-2천석 정도?) 그리 큰 느낌은 아니어서 24번째 줄이어도 관람하기 괜찮았다.
물론 공연을 시작하니 소리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좀 아쉽기는 하였다.
첫번째 공연으로 하이든의 교향곡을 연주하였는데, 이전에 유투브에서 이 곡을 들었을 때는 약간 곡 진행이 지루해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실제 현장에서 공연을 들으니 듣기에 꽤 재밌었다.
이제 대망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그랜드피아노가 셋팅 되었고, 여타 준비가 마무리되자, 쑥~ 하고 아무렇지 않게 조성진 님이 등장하셨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금지이므로 ㅠㅠ).
실제로 뵌 조성진 님은 생각보다 키가 크셨고 귀공자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쿨하달까?
곡이 시작되고, 2분 정도 오케스트라 연주가 진행된 후, 이번에도 쑥~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피아노 연주 시작!
조성진 님 특유의, 주요 멜로디는 확실하게 한 음씩 또박또박 표현해주면서도 강약 조절이 확실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빠른 부분에서는 유려하고 날렵하게 멜로디를 이어가다가도 특히 2악장 부분의 잔잔한 멜로디를 연주할 때는 조금 템포를 느리게, 멜로디를 강조하는 연주였다.
특히 약하게 연주를 이어나갈 때는 나도 모르게 더 초집중해서 듣게 되는데, 이게 강하게 연주할 때와 대비가 되면서 청중 입장에서 더 드라마틱한 연주를 들은 느낌을 받게 되는 면이 있다.
이런 강약 조절을 잘하는 조성진의 연주 스타일은 대중 음악을 듣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도 어필이 잘 된다고 생각한다. 대중 음악은 후렴구와 비 후렴구의 대비가 더 확실하기 때문에 (후크 송등...), 이에 익숙해져 있는 대중에게도 조성진의 연주 스타일이 더 잘 각인되고 감정적 울림도 더 잘 주는 면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조성진님이 연주할 때는 모든 관객들이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는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런 연주 스타일적인 요소 뿐 만 아니라 연주 실력 그 자체도 참 압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비유하자면 다 그저 그런 비슷비슷한 피겨스케이팅 퍼포먼스를 보다가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하는 걸 보면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특별하고 다른 것을 피겨를 모르는 사람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다. 조성진 연주를 들으면 확률적으로 일상적인, 평범한 자극들만 접하다가 갑자기 0.0000001%의 무엇을 경험하는 그 느낌에 압도 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2악장이 끝났을 때, 누군가의 핸드폰 알람이 울려서 분위기를 깨서 좀 아쉬웠다. 소리가 멈추지 않자 조성진 님도 지휘자와 눈을 맞추며 난감해 하는 표정이었다 ㅠ.ㅠ; 아래 유투브 영상에서도 23:20쯤에 관객들이 약간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 때문이다)
전체 협주곡 길이가 30분 남짓인데, 정말 1분 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심장 터지는줄...!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바로 기립박수!!!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바로 기립 박수를 쳤다.
이어진 앵콜 곡은 베토벤 '비창'이었다. 사실 이 곡은 유투브로 자주 들었던 곡이었는데, 실제로 들으니 감격적이었다.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해서 그런지 비창으로 앵콜 곡도 한 것 같기는 한데, 요즘 너무 앵콜 곡으로 자주 사용하시는 것 같긴 함!
사실 이 곡이 기술적으로 치기 어려운 곡은 아니기에, 오히려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역시 표현력이 정말 남다르긴 하다. 작은 소리 까지 정말 집중하게 만드는 면이 조성진 연주의 강력한 매력 같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빠른게, 이 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레코딩이 유투브에 공개되었다. (아래 링크)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좋은 음질로 올려주실 수 있는 걸까? 관계자가 올려주시는 건가?
(헐... 3월 3일에 확인해보니 저작권 문제로 동영상이 삭제 됌ㅠㅠㅜ 올리면 안되는 것이었나...)
내가 실제로 봤던 공연이 바로 유투브에 뜨다니 신기함...! 공연장 안의 서비스나 분위기는 30년 전 느낌이었는데 이런 건 또 최첨단이네...:)
오늘도 이 공연 레코딩 들으면서 잠을 청해야겠다.(이젠 못청하겠네 ㅠ)
아무튼, 작년 덕통사고 이후로 꿈에 그리던 조성진 님 실제로 봐서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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