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포스팅한 바 대로 조성진에게 덕통사고를 당한 이후로 잘 때쯤 되면 피아노 협주곡이나 피아노 연주곡들을 틀어놓고 일을 하거나 잠을 청하는 밤이 많아졌다.
2019/07/17 - [일상리뷰/좋아하는 것들] -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덕통사고 당함! 그의 대표적인 공연 유투브 영상들 + 드뷔시 앨범 구매!
클래식 음악 탐구라기 보다는 조성진 덕질에 가까운 게, 어떤 곡이 되었든 조성진이 연주한 것으로 되도록 듣고 있다. 확실히, 내가 조성진을 좋아해서도 있겠지만, 조성진이 연주하면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 다름이 다른 연주자에 비해 더 크므로, 조성진의 연주 스타일에 찰떡같이 맞는 연주곡이나 협주곡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원래 엄청나던 조성진님의 연주들이지만, 최근의 연주 영상들을 들으면 이전보다 더 풍부해진 표현 혹은 달라진 해석들이 담겨있어서 이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조성진의 추천 최근 연주 영상들에 대해 정리한다!!!
1. 핀란드 조성진 리사이틀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 minor (2019) (Seong-jin Cho - Liszt : Piano Sonata in B Minor, S.178)
https://www.youtube.com/watch?v=36SDx8bue08
연주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영상이다!
리스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멜로디도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았으나, 그냥 좋다.
몇 개의 멜로디 라인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가며 마치 어떤 이야기를 전개하듯 30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연주가 이어진다.
2014년 루빈스타인 콩쿨 때도 동일한 곡을 연주했다고 하는데, 5년이 지나서 더욱 감정 표현이 격해진 야성적(?) 해석이 담겨있다는 댓글들을 보았는데, 공감된다.
5년 동안 조성진님 개인 인생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테고 연주자로써의 자아도 더 많이 생성되었을 터이니 표현하고 싶은 바가 더 두려움 없이 연주에 나타나있는 것 같다.
2. Gilmore keyboard festival (2017) - 쇼팽 24개 프렐류드 전곡 연주 (SEONG-JIN CHO - Chopin - 24 Preludes, Op. 28)
쇼팽 콩쿨에 우승까지 했으니 말해 뭐하나 싶다. 조성진은 쇼팽의 곡들을 너무나 낭만적이고 감성적으로 잘 소화해내기로 유명하고 나도 이에 격하게 동의한다. 조성진의 성인 Cho를 따서 Chopin 이라는 별명 까지 있다.
이 중에 피아노를 위한 24개 연주곡 (프렐류드) 전체를 연주하고 있다. 2017년 Gilmore keyboard festival 이라는 곳에서 라이징 스타로 초청되어서 리사이틀을 한 영상이다. 조성진에게 조금만 더 일찍 빠졌다면 나도 충분히 가볼 수 있는 미시간 주에서 행사가 열렸다. (ㅠㅠ) 이런 행사가 한 번 더 열린다면 당장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유명한 멜로디인데, 심지어 나도 옛날 옛적 언젠가 연습하고 쳐보았던 곡들인데 조성진의 연주로 들으면 감동이 한 100배 정도 더하다. 듣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심장이 연주에 막 반응한다.
3.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018)- 2개의 영상!
(1)Seong-jin Cho - 2018.05.25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2 (Frankfurt, Germany)
(2) Seong-jin Cho / Rachmaninoff: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 (12 DEC 2018)
1번은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 2번은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와 연주하였다. 둘 다 연주는 좋지만 음질은 1번 영상이 더 나은 것 같다!
라흐마니노프 2번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한다. 조성진의 연주 영상도 2010년대 초반 부터 여러 개가 있다. 올해도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 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 2번을 연주하였다고 한다 (소리만 나오는 유투브 영상도 있다).
라흐마니노프 2번은 워낙에 유명한 곡이라 그런지 짐머만이나 호로비츠 등의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친 것도 들어보았다.
이들의 연주는 좀 더 힘차고, 강렬하다. "들어봐! 나 피아노 좀 잘 쳐! 오케랑 한바탕 놀아볼거임!"하는 느낌이다. 이들의 연주에 비해서 조성진의 연주는 다르게 느껴진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조성진 연주는 멜로디 라인 하나 하나를 모두 짚어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강약 조절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조성진의 연주는 더 피아노로 말을 건네는 느낌이다. "내 생각에는 라흐마니노프는 이런 느낌과 생각을 전달할려고 한 것 같어. 그것들은 우리 모두가 살다 보면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이지. 그런데 라흐마니노프 본인도 모든 것을 악보로는 다 옮기진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연주로 직접 그 느낌을 구현해줄게. 그러니 한 전개 씩 집중해서 내 얘기를 들어봐" 마치 이런 느낌이다.
피아노 협주곡에서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부분의 역할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나올 수 없는, 사려깊은 연주이다.
4. 차이코스프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서울시향 정명훈 협연 (2019) (Seong-jin Cho -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In B Flat Minor Op.23 (2019))
딴 딴 딴 딴! 하는 도입부로 엄청 유명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2011년과 2012년 버전도 유투브에 있는데 몇년 전 부터 본격적으로 프로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더 농익은(?)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향 단원과 정명훈과의 호흡도 찰떡이다.
조성진의 협연 영상은 들으면 늘 기본 40분 가량되는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듣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는게 정말 신기하다.
정리하려고 보니 몇 개 듣지 않은 것 같은데 추천할 만한 영상들만 한가득이다!
유투브로 간단하게 귀 호강을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ㅠ.ㅠ 무채색으로 그냥 흘러가 버릴 내 시간에 고급스러운 색깔들을 입혀주는 느낌이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라면만 먹던 사람에게 갑자기 코스 요리를 마구잡이로 배달 받는 느낌이다.
요즘 내 삶의 많은 순간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조성진님과 최근 영상을 올려주시는 유투버님들 (Cho Rabbit 님 특히)에게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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