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말벌이 차에 집을 지어 놓았을 때 대처법...(pest control)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계획해 두었던 한국 방문 일정을 연장하게 되어, 약 4개월 간 미국에 있는 차를 운전하지 못했다. 

4개월 만에 만난 차는 먼지도 가득 내려앉아 있었고, 관리가 안되어 있는 느낌이 물씬 났다.

그거야 그냥 세차해주면 되는 문제니 차가 제대로 굴러가기만 해라라고 바랐지만... 역시나 배터리가 나가서인지 시동이 켜지지 않았다.

이거야 예상했던 일이기에 배터리를 긴급 충전하고자 친구의 점프트럭 키트를 가지고 보닛을 열고 배터리를 찾으려고 하는데...

초대받지 않은 말벌님들이 마구 등장했다......

게다가 놀라서 피한 틈을 타 긴 바지를 입고 있는 내 친구의 무릎 부분을 팡 쏘았다. 

말벌들 입장에서는 우리야 말로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이기에 자기 집을 보호해야 겠다는 필사적인 마음이 들었나보다. 

이렇게 패닉 상태에 빠진 우리는 일단 모두 철수하고 집으로 다시 향했다.

너무 싫었지만 다시 보닛을 닫아야 하기에 엔진 근처로 가서 차를 살펴보니 맙소사 벌집이 있었다 ㅠ

저기 아주 살짝 허옇게 보이는 부분이 벌집이었다  

그래서 집에 다시 가서 머리에 스타킹 뒤집어 쓰고 후드티에 긴바지 양말 운동화 다 차려입고 살짝쿵 보닛을 닫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벌레 물린 것을 응급 처치 한 후 해결 방법을 생각해본다.

일단 셀프로 말벌집 제거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말벌 죽이는 해충약은 $10정도였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나는 도저히 진짜 못할 것 같다. 쏘였을 때의 통증, 벌집 제거하기 까지 소름끼침, 혹시라도 내가 본 부분보다 벌집이 훨씬 클 경우 벌집이 한번에 제거되지 않아 재발하는 경우의 수 등등... 생각해보니 돈이 얼마가 나오더라도 맡기자로 결론.

1) 차 보험으로 해결?: 차 보험 회사(나의 경우는 Geico였다)에 전화해서 roadside service 로 벌집제거와 배터리 충전이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내가 전화한 시점은 roadside service를 무료로 받을수 있는 옵션이 없었기에 (운전을 안했기에 최소 옵션으로 해놓은 상태였음) 돈을 내어야 하며, 배터리 충전만 55달러를 내야 하는데, 결정적으로 벌집 제거는 안 해준다고 한다.

벌집 제거는 내가 알아서 하고 꼭 제거 한 후에 불러야 그 다음에 충전하러 와준단다.

그 이유는 자기들은 bee allergy가 있기 때문이라는 데 이를 믿기는 어려웠지만 아무튼 벌집 제거 서비스가 차와 관련된 서비스는 아니기에 뭐라고 항의할 수는 없었다...

2) Bee hive removal? : 구글 검색을 해보니 벌집 제거를 직접 와서 공짜로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Bee hive removal등으로 검색하니까 웹사이트도 있었다. 양봉업자들로 보였다. 게다가 우리 동네에도 3명이나 그런 사람들의 연락처가 나와 있었다. 3명에게 모두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한명에게 답장이 왔다.

"너 같은 사람한테 연락 많이 받는데 진짜 꿀벌 honeybee 맞아? 가면 wasp인 경우가 많더라구..."

wasp가 뭔지도 몰라서 구글을 찾아보니 그냥 꿀벌아니고 해충으로 분리되는 벌류는 다 wasp라고 불리우나 보다.

내 차에 집을 지어놓고 내 친구를 쏜 그 녀석들의 인상착의를 떠올려본다. 아무리 좋게봐도 꿀벌은 아니었다. 줄무늬도 없고, 털도 없고, 까맣고 컸다 (2센치쯤?). 집도 허옇고 모양이 징그러웠다.

양심상 양봉업자들에게 제거를 요청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본건 말벌이었기 때문에 ㅠ.ㅠ

(알고보니 꿀벌 집을 임의로 죽여 제거하는 것은 환경과 경제에 좋지 않은 일이고, 전문 양봉업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생태계에도, 지역 사회에도 좋은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 답장 준 양봉업자에게 그럼 말벌 죽이는건 어디에 물어봐야돼? 라고 물어보니 Orkin이라는 업체를 알려주었다.

3) Orkin? : Orkin은 미국에서 가장 큰 해충제거 회사라고 한다. 샴페인 지점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안녕? 나 차에 말벌이 집지어서 좀 없애 줄 수 있어?"

"안타깝지만 서비스 해 주는 영역이 집에 한정되어 있어서... 차에 있는 해충은 제거해 줄 수 없어. 벌들은 낮에 활동하니까 죽이고 싶으면 아침이나 저녁에 해~ Good luck~ ^.*"

요러면서 활기차게 끊으신다 ㅠ 남의 속도 모르고 네가 알아서 잘해 행운을 빈다~ 허허허...

4) 911?: 한국은 말벌집이 큰 경우 그리고 그에 따른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119에서 제거를 해주고는 하는 것이 생각나서 911에 전화를 하려고 알아보았다.

검색 결과 미국의 경우 이런 가벼운 내용의 신고는 311에 대신 전화해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일리노이 주 311에 전화 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했다.

"안녕? 나 차에 말벌이 집지어서 좀 없애 줄 수 있어?"

"아니 그건 우리가 해줄 수 없고 private service 번호를 알려줄게"

하아... 그래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하니 내 이름, 전화번호를 알아가선 나중에 전화 준대놓고 묵묵 부답. ㅠㅠ

아 이때는 정말 짜증나서 차고 뭐고 다 팔아버리고 싶었다 진심으로....

 

5) Pest control : 다시 진정하고, 이젠 벌 상관없이 해충 제거 서비스 어떤 업체든 다 구글링해서 다 전화해보기로 한다. 

pest control, insect control 등을 구글맵에 검색하면 로컬에 있는 업체들이 몇개 뜬다. 

하필 또 이런일이 터진 날이 일요일이라 전화들 다들 안받아서 월요일 오전 까지 기다렸다.

 여기서 리뷰고 뭐고 그냥 전화 제일 빨리 받는 곳 아무곳이나 하고 싶었다...

월요일 오전 8시에 전화를 마구 돌리니 가장 빠르게, 당장 온다는 곳은 GEF Pest Control 이었다.

게다가 구글링했을 때는 말벌집 제거 가격이 $200-400까지 나온다는데, $100이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정말 20분 후에 그가 오셨다...  

능숙하게 해충박멸제를 메시고 차 앞에 얼쩡거리는 애들 부터 처리해준 후에  

조명으로 이리저리 벌집 규모 탐사 후 말끔히 벌집을 제거! 

혹시 차 바닥에도 있을 지 모르는 벌집 탐사 까지 섬세하게 해주심 ㅠㅠㅠ

정말 저 파란옷의 제프가 저 날 나에게는 영웅이었다 ㅠㅠ 

가까이 가서 못찍었으나 갑작스럽게 자기 집을 잃고 피신해 있는 말벌

며칠 뒤에도 심심찮게 발견되는 사체들...

정말 일요일 오전 부터 스트레스 받았던 일이 말끔히 해결되니 너무 시원했다 ㅠㅠㅠㅠㅠㅠ

미국에 와서 정말 별일이 다있었는데 진짜 그 중 역대급이다.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차고 있는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날이었다. 

<정리!>

말벌집을 발견했습니까? 직접 제거하기 싫으시면 Pest control에 전화해서 제거하세요. 저는 $100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