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떠난 시카고 여행.
우리도 맨날 궁상 떨지 말고 한번 쯤은 정말 고급진 곳 가서 먹어보자!!! 라는 결심을 담아 시카고 맛집을 폭풍검색.
토요일에 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수요일 정도에 예약을 하려고 보니 토요일 저녁에 예약 가능한 유명한 레스토랑은 별로 없었다..!! (알고보니 그 주말이 레스토랑 week(여러 레스토랑이 각자 대표 메뉴를 모은 코스 메뉴를 해당 기간에만 판매하는 행사)이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뒤지고 뒤지다가 나름 들어본 avec이란 레스토랑이 4시 반에 예약가능하다고 하여 가게 되었다.
이곳은 무려 2005년에 Outstanding Restaurant Design상을 받은 곳이라고 한다(맛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우리가 갔던 때는 레스토랑 위크이어서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 5가지로 구성된 특별 코스메뉴가 있었다. 넘나 친절하게도 코스메뉴 1개를 두명이서 나누어 먹고 싶다고 하니 그렇게 해주셨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코스메뉴 1인과 메인 요리 하나(돼지 어깨 Pork Shoulder 요리라길래 시켜봤다 slow roasted pork shoulder with clams, braised greens, moreilla sauage and piri piri chill)를 주문했다.
- 코스메뉴 구성-
절임 올리브와 빵 House marinated olives
콜리프라워와 Farro 샐러드 Charred cauliflower and farro salad
초리조를 채운 대추 베이컨 말이 Chorizo-stuffed dates with bacon
나무 오븐에 조리한 파에야 Wood oven paella
다크 초콜렛 가나쉬 Dark cholate ganache
$48
크... 벌써 부터 기대가 되는 구성이다.
두번째로 나온 샐러드를 먹고 깜짝 놀랐다.
보통 코스요리를 먹을 때 샐러드에 엄청난 기대를 하지 않는게 맞는 것(?) 같아서 아무 생각없이 한술 딱 먹었는데, 처음엔, 전혀 생각지 못한
맛이 났다. 기름을 먹은 콜리플라워가 살짝 그을려 져서 고소한 맛을 내면서, 각종 허브와 볶은 귀리, 청포도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맛이 합쳐진 후 한 단계 상승하는 느낌...? ㅋㅋㅋㅋㅋㅋㅋ 재료가 합쳐져서 내는 조화로운 맛이 너무 고급지면서도 맛있었다.
이 샐러드에 들어간 재료 하나 하나는 모두 건강한 재료이고, 채소에 해당 되는 재료로 그 자체로는 그냥 자극적이지 않고 다소 중립적인(??) 재료들인데, 이들이 좋게 조합되니 엄청 말그래도 맛있는 맛이 났다.
사람들이 왜 여러 재료를 합쳐서 요리라는 것을 만들어 먹는 지에 대해, 그 가치에 대해서 갑자기 고찰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이래서 셰프라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정도의 느낌?
너무 오바한 것 같긴 한데.. 그 정도로 높은 레벨의 맛이 났다.
다음에 이 레스토랑에 오더라도 이 샐러드를 꼭 주문할 것 같다.
세번째로 나온 chorizo stuffed dates with bacon. 이 메뉴가 이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 원래 4개가 나와야 하지만 2명이 한 코스 메뉴를 나눈 것이라 한 사람당 2개 씩을 맛보라고 주었다.
이 메뉴는 초리조라는 이름의 소세지류를 채운 대추에 베이컨을 말고,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것이다. 말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은 조합이다. 물론 왠 대추? 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대추의 은근한 단맛과 식감이 원래 맛있는 베이컨, 초리조 소세지와 합체해 단짠단짠 을 완성한 후, 토마토 소스의 순수하면서도 상큼한 맛까지 더해 완전체를 이루었다. 같이 먹은 남자친구는 이 메뉴가 가장 맛있다고 했다. 나도 엄청 맛있었지만,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조합으로 만든 메뉴니까 원래 맛있지만 조합을 잘해서 조금 더 맛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네번째로 나온 빠에야는 그냥 저냥 이었다. 어떤 느낌의 맛을 내려고 한건지 판단하기가 좀 어려운, 그런 맛이었다.
코스요리를 먹다보니 추가로 주문했던 긴 이름의 돼지어깨요리(slow roasted pork shoulder with clams, braised greens, moreilla sauage and piri piri chill) 가 나왔다. 이 요리는 뭐랄까... 지중해식 해물 감자탕 같은 맛이 났다ㅋㅋㅋㅋ...
지중해로 사람이 한국 여행에서 맛본 감자탕을 잊지 못해 자기나라에서 흔한 해물이랑 허브 넣어 만든 맛이랄까????
향신료를 막 때려부은 점이 감자탕과 비슷하기에 결국 모두 비슷한 맛이 나는 것일까?
여튼 뭐 아까 극찬한 샐러드나 베이컨 말이 요리에 비해서는 그냥 저냥한 맛이었다.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 가나쉬는 모두가 익히 알 맛이었지만 그래두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게 먹고 와인도 한잔 씩 해서 팁까지 총 $45/1인 정도를 계산했다.
이런 하이레벨의 창의적인 요리를 한번 쯤은 먹어볼 만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추천 메뉴는 Charred cauliflower and farro salad, Chorizo-stuffed dates with bacon 이다!!
avec
위치: 615 W Randolph St, Chicago, IL 60661 (시카고 다운타운 쪽이며, 엄청 유명한 햄버거집 Au Cheval과 가까운 곳에 있음)
가격대: $25~ / 1인
장점: 창의적인 요리. 새롭지만 맛있는 그러면서도 고급진 요리. 힙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단점: 메뉴간 맛 편차 큼. 맛 호불호 갈림. 가게가 좁아서 옆사람이랑 부대낌.
한줄요약: 한번 쯤은 먹어 보고픈 고급진 퓨전 지중해 요리를 모던한 인테리어를 즐기며 모르는 옆 사람과 부대끼며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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